한눈에 보기
- 무엇이 새로웠나: 1989년 영화 「어비스」에는 바닷물이 촉수처럼 솟아 기지 안을 돌아다니는 장면이 있습니다. ILM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약 75초 분량으로, 투명한 물을 실사 화면 속에 자연스럽게 넣은 초기 사례입니다.
- 어떻게 만들었나: 3D 프로그램으로 촉수의 모양과 움직임을 만들고, 실제 세트를 찍은 사진으로 물 표면에 주변이 비치고 굴절되는 모습을 입혔습니다. 배우 얼굴은 3D 스캐너로 읽은 뒤 「윌로우」를 위해 만든 모핑 프로그램으로 표정 사이를 이었습니다.
- 그 뒤의 영향: 같은 팀의 기술이 「터미네이터 2」(1991)의 액체 금속 로봇과 「쥬라기 공원」(1993)의 공룡으로 이어졌고, 두 영화 모두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받았습니다.
기준: 아카데미 공식 기록, 제작 참여자 인터뷰와 공개 자료 · 처음 쓴 날 2023-09-01 · 마지막 확인 2026-10-29
지금은 영화 속 물, 불, 연기를 컴퓨터로 만드는 일이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1980년대 말까지 영화의 특수효과는 대부분 미니어처, 인형, 합성 촬영 같은 손으로 만드는 기술이었습니다. 제임스 카메론의 「어비스」(The Abyss, 1989)는 그 흐름이 바뀌기 시작한 지점에 있는 영화입니다. 흔히 1998년 영화로 잘못 알려져 있지만, 미국 개봉은 1989년 8월이고 특별판은 1993년에 나왔습니다.
이 글은 「어비스」의 물 촉수 장면이 어떤 장면이고, 당시 어떻게 만들었으며, 그 뒤 어떤 영화로 이어졌는지를 다룹니다. 줄거리와 볼 만한 점, 판본 고르기는 어비스(The Abyss, 1989) 리뷰에 정리했습니다.
어비스의 물 촉수 장면은 어떤 장면인가
영화 중반, 해저 시추 기지 ‘딥 코어’의 바닥에 뚫린 물웅덩이에서 바닷물이 기둥처럼 솟아오릅니다. 물기둥은 뱀처럼 몸을 휘며 기지 복도를 따라 들어오고, 놀란 승무원들 앞에서 멈춰 섭니다. 그리고 앞에 선 린지와 버드의 얼굴을 흉내 내어 물로 된 얼굴을 만들어 보입니다. 이 물기둥은 아메바가 뻗는 헛발에 빗대어 ‘위족(pseudopod)’이라고 불립니다. 바닷속 미지의 존재가 사람에게 처음으로 다가오는 장면이라, 공포보다 호기심이 앞서야 했습니다.
이 장면이 어려웠던 이유는 물이 투명하다는 데 있습니다. 단단한 물체라면 색과 그림자만 맞추면 되지만, 물은 뒤에 있는 것이 비쳐 보이고 앞에 있는 것이 표면에 반사됩니다. 실사 세트 한가운데 놓인 물기둥이 그 공간을 제대로 비추고 굴절시키지 않으면 관객은 금세 가짜라고 느낍니다.
1989년에 컴퓨터로 물을 만든다는 것
「어비스」에는 일곱 개의 시각효과 팀이 참여했습니다. 모션 컨트롤 촬영은 드림 퀘스트 이미지스가, 컴퓨터 그래픽과 광학 합성은 인더스트리얼 라이트 앤드 매직(ILM)이 맡았습니다. 당시 ILM의 컴퓨터 그래픽 부서는 아주 작았습니다. 바로 한 해 전인 1988년 「윌로우」에서 동물이 다른 동물로 매끄럽게 변하는 ‘모핑’ 장면을 선보였는데, 루카스필름의 회고에 따르면 그때 컴퓨터 그래픽 부서 인원은 여섯 명뿐이었습니다.
카메론은 물 촉수를 컴퓨터로 만들 수 있는지 확인하려고 ILM에 시험 영상을 부탁했습니다. 특수효과 감독 데니스 뮤렌의 요청으로 ILM의 제이 리들이 하루 만에 시험 영상을 만들었고, 다음 날 이를 본 카메론은 긍정적으로 반응했습니다. 이때의 시험 영상은 동작마다 모델을 따로 만들어 바꿔 끼우는, 스톱모션에 가까운 방식이었습니다. 물이 굴절되는 효과도 진짜 계산이 아니라 표면이 출렁이게 보이는 간단한 처리였습니다.
물 촉수 CG를 만든 과정
공개된 인터뷰와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하면, 장면은 크게 네 단계로 만들어졌습니다.
| 단계 | 한 일 | 쓴 도구와 방법 |
|---|---|---|
| 1. 실사 촬영 | 배우와 세트를 먼저 찍었습니다. 배우는 보이지 않는 물기둥을 바라보며 연기했습니다. | 실제 기지 세트 |
| 2. 모양과 움직임 | 촉수의 모양을 만들고 뱀처럼 움직이게 했습니다. | 3D 모델링·애니메이션 프로그램 알리아스(Alias) |
| 3. 물처럼 보이게 하기 | 세트를 찍은 사진으로 반사와 굴절을 따로 만들어 물 표면에 입혔습니다. | 최종 렌더링은 렌더맨(RenderMan) |
| 4. 얼굴 흉내 | 배우의 표정을 3D로 읽고, 표정과 표정 사이를 컴퓨터로 채웠습니다. | 3D 스캐너, 「윌로우」용 모핑 프로그램 |
모양과 움직임
ILM은 당시 쓰던 3D 프로그램 알리아스로 촉수의 모양과 움직임을 만들었습니다. 바닷물로 된 사실적인 촉수를 만드는 코드는 대부분 마크 디페가 짰고, 애니메이션은 주로 스티브 윌리엄스가 맡았습니다. 이 두 사람의 이름은 뒤에 나오는 「쥬라기 공원」 이야기에서 다시 등장합니다.
물처럼 보이게 하기
물기둥이 세트 안에 정말 있는 것처럼 보이려면, 표면에 주변 복도가 비치고 뒤쪽 풍경이 일그러져 보여야 했습니다. 제작진은 세트를 사방으로 촬영한 사진으로 반사되는 모습과 굴절되는 모습을 따로 만들고, 이를 컴퓨터로 만든 물기둥 표면에 입혔습니다. 이렇게 만든 그림을 실사 화면과 합성해 최종 장면을 완성했습니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단순한 방법이지만, 당시에는 투명한 CG 물체를 실사 속에 넣는 것 자체가 새로운 일이었습니다.
배우의 얼굴을 따라 하는 물
물기둥이 사람 얼굴을 흉내 내는 장면을 위해 메리 엘리자베스 마스트란토니오와 에드 해리스의 표정을 3D 스캐너로 읽었습니다. 모든 프레임을 스캔하지 않고 핵심이 되는 표정만 읽은 뒤, 그 사이 움직임은 「윌로우」를 위해 개발한 모핑 프로그램으로 컴퓨터가 채웠습니다. 한 해 전에 만든 기술을 바로 다음 영화에 이어 쓴 셈입니다.
75초에 반년 넘게
완성된 컴퓨터 그래픽은 화면에서 약 75초입니다. 작업 기간은 자료마다 6개월에서 9개월로 다르게 전하지만, 어느 쪽이든 1분 남짓한 장면에 반년 넘게 매달렸다는 점은 같습니다. 이 장면은 이듬해 열린 제6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어비스」가 시각효과상을 받는 데 큰 몫을 했습니다(아카데미 공식 기록).
어비스 뒤에 이어진 영화들
「어비스」의 물 촉수는 장면 하나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같은 사람들과 같은 기술이 몇 년 사이 영화의 특수효과를 크게 바꿨습니다.
| 연도 | 작품 | 컴퓨터 그래픽이 한 일 | 아카데미 |
|---|---|---|---|
| 1988 | 윌로우 | ILM의 모핑 프로그램으로 동물이 다른 동물로 변하는 장면을 만들었습니다. | – |
| 1989 | 어비스 | 바닷물로 된 촉수가 사람 얼굴을 흉내 냅니다(약 75초). | 제62회 시각효과상 수상 |
| 1991 | 터미네이터 2 | 몸이 액체 금속으로 된 로봇 T-1000을 만들었습니다. | 제64회 시각효과상 등 4개 부문 수상 |
| 1993 | 어비스 특별판 | 극장판에서 빠졌던 거대한 해일 장면을 「터미네이터 2」용 도구로 완성했습니다. | – |
| 1993 | 쥬라기 공원 | 실사 화면 속을 걷고 뛰는 공룡을 만들었습니다. | 제66회 시각효과상 수상 |
터미네이터 2의 액체 금속 로봇
카메론은 「어비스」에서 확인한 가능성을 2년 뒤 「터미네이터 2」에서 크게 키웠습니다. 몸이 액체 금속이라 어떤 모양으로든 바뀌는 T-1000은 물 촉수처럼 주변이 비치는 매끈한 표면을 가졌고, 사람 모습과 금속 모습 사이를 매끄럽게 오갑니다. 마크 디페도 이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터미네이터 2」는 제64회 아카데미에서 시각효과상, 분장상, 음향상, 음향효과편집상을 받았습니다.
쥬라기 공원의 공룡
「쥬라기 공원」의 공룡은 처음부터 컴퓨터 그래픽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마크 디페와 스티브 윌리엄스가 만든 시험 영상이 성공한 뒤에 공룡 장면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어비스」에서 물 촉수를 함께 만든 두 사람이 다시 전환점을 만든 것입니다. 이 영화는 제66회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받았고, 수상자 명단에는 「어비스」 때와 마찬가지로 데니스 뮤렌이 있습니다.
흔히 잘못 알려진 점
- 개봉 연도: 「어비스」는 1998년이 아니라 1989년 영화입니다. 1993년에 특별판이 다시 개봉했고, 2024년에는 미국에서 4K UHD가 나왔습니다.
- 그래픽 카드 가속: 지금처럼 그래픽 카드(GPU)로 계산을 빠르게 하는 방식은 1989년에는 아직 없었습니다. 물 촉수는 몇 달에 걸쳐 한 장면씩 계산해 만든 결과입니다.
- 물리 시뮬레이션: 공개된 자료로 보면 물 촉수는 물의 흐름을 물리 법칙대로 계산한 시뮬레이션이 아니었습니다. 애니메이터가 움직임을 만들고, 세트 사진으로 물처럼 보이게 입힌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어비스는 몇 년에 나온 영화인가요?
1989년 영화입니다. 미국에서 1989년 8월 9일 개봉했고, 약 28분이 더해진 특별판은 1993년 2월에 다시 개봉했습니다. 1998년 영화로 소개하는 글이 있지만 틀린 정보입니다.
어비스의 물 촉수 CG는 누가 만들었나요?
인더스트리얼 라이트 앤드 매직(ILM)이 만들었습니다. 데니스 뮤렌이 시각효과를 이끌었고, 마크 디페가 대부분의 코드를, 스티브 윌리엄스가 주로 애니메이션을 맡았습니다.
어비스는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받았나요?
제62회 아카데미 시상식(1990년)에서 시각효과상을 받았습니다. 수상자는 존 브루노, 데니스 뮤렌, 호이트 예이트먼, 데니스 스코탁입니다.
어비스와 터미네이터 2는 어떤 관계인가요?
두 영화 모두 제임스 카메론이 연출하고 ILM이 컴퓨터 그래픽을 맡았습니다. 「어비스」의 물 촉수에서 시작한 기술이 「터미네이터 2」의 액체 금속 로봇 T-1000으로 이어졌고, 반대로 「터미네이터 2」를 위해 만든 도구로 「어비스」 특별판의 해일 장면을 완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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